경향신문, 2020년 4월 18일
새들은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있으면서도 그것이 그것이 부러질까 걱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뭇가지가 튼튼할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 19바이러스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숙제는 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수십년, 수백년 동안 우리는 연결과 확장의 길을 걸어왔다. 교통, 통신, 무역, 여행, 문화, 인터넷, SNS, 자연과 우주에까지 펼쳐진 연결과 확장 시스템에 결국 바이러스가 침투하게 된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것들의 배신이나 붕괴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곤 한다. 바로 내 존재에 대한 의미 말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위기가 나 자신을 돌아보고 긍정적 믿음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는‘연결’과‘확장’ 보다는‘치유’와‘예방’에 기반을 둔 달라진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야 하고 늘 그렇듯 올바른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이 ‘나’로부터였으면 하고 그 믿음의 날개로 떠나는 여정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가능하기를 기대해 본다.
전염병과 같은 큰 일이 닥쳐오게 되면 국가의 대응이 강조되는데 동시에 국민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 또한 더욱 중요해진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나부터 변화해야 한다. 비판보다는 긍정적 바라보기를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험과 학습을 통한 솔루션 제시를 습관화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소통해야 하는 청각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한 대학생이 투명 마스크를 개발했다는 기사가 전해졌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묻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라는 질문을 통해서 적극적인 개선 방식을 찾아가는 자세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순간이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듯 모든 큰 것은 작은 것들의 조합으로 이루어 진다.
심지어는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여러 번의 작은 사고가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많이 목격하였다. 작고 하찮은 것들을 무시하다 언젠가 그 힘을 확인하고 나서야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들추어 보게 된다. 여기서 얘기하는 작고 하찮은 것에는 기본적으로 당연히 해야할 일들도 포함된다. 법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중도덕과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 말이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고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배추를 심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그 배추가 잘 자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배추에게 책임을 지우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배추가 잘 자라지 못하는 이유를 찾거나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너무나도 쉽게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나무라는 행동을 취하고 낙인 찍어 버리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돌보고 좋은 방향으로 가르치는 연습을 한다면 어떨까? 배추들에게 한 것처럼 원인을 찾고 잘 돌보아준다면 그들도 자랄 것이다.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돌보아주면 그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적 변화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것을 틱낫한스님은‘적극적 공감능력’이라고 불렀다. 코로나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나와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적당한 물리적 거리를 두지만 더 큰 이해와 공감능력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새로운 사회적 존재 방식을 만들어 가는 삶의 태도로 자리잡게 될 것이므로 나부터 시작하는‘존중의 거리 두기’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전쟁을 멈추고 자연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책을 읽고 명상을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 19바이러스 앞에 빈부의 격차도 사라졌고 기업들이 상생의 연대를 만들어 가며 지구의 치유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금의 이 어려운 시기가 ‘치유’와 ‘예방’을 기반으로 하는 건전한 삶의 방식을 발견하고 서로 배우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다음 세대에게 더욱 건강한 환경과 사회를 물려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체계로 구축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누군가를 여전히 찾고 있다면 거울을 바라보시라. 바로 그가 내 삶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그 사람이니까.
원글 보기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4180155001&code=940100#csidx923a79073c7c47abe7ddae4b1e127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