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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용어는 이제 경영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졌지만, 그 개념과 이해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여전히 CSR을 기업의 봉사활동이나 성금 등 ‘사회공헌활동’에 한정 짓는 분위기가 대다수다.
‘국내 최초 CSR·지속가능경영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유명훈 코리아CSR 대표는 “CSR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다”라고 단언했다.
“아직 우리 경제에서는 CSR을 기업의 지출 개념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CSR은 ‘이해 관계자’를 기반으로 하는 경영 전략이라고 보는 게 적합합니다. 기업이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영향을 받게 되는 관계에 대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제조업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매하는 원자재와 이와 관련한 협력사와의 관계, 또 회사 내부에 있는 임직원들과의 관계, 공장이 있는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이 있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CSR에 대해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사회공헌활동은 사실 전체에서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유 대표는 영국에서 유학하던 당시 CSR을 처음 접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며 세부 학문으로 이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던 유 대표는 더바디샵 창업자인 아니타 로딕을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CSR 사례를 보고 연구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영국의 CSR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던 유 대표는 2006년 한국에 들어와 파트너 펌으로 코리아CSR을 설립하며 지속가능경영, 전략적 사회공헌 등의 개념을 국내에 최초로 정착시키며 ‘국내 1호 CSR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 CSR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도 15년 정도가 됐는데, 여전히 인식이 부족한 분야고, 메인스트림 비즈니스로 시장이 형성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요. 아직은 소수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고, 그 전문가들도 어떤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적이지만 사실 CSR의 전체 프로세스를 포괄적으로 보는 시각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쉬운 점이죠.”
유 대표는 CSR이 환경·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SR을 그저 사회공헌활동에 한정하게 되면 기업 경영의 중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사회·환경적 가치를 높이면서 지속 가능하게 돈을 잘 벌 수 있느냐’가 핵심이 돼야 합니다. 이 두 가치가 함께 돌아가지 않는 경우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니까요. 기업이 아무리 윤리적으로 투명하게 경영을 하더라도 돈을 벌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반대로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사회적으로 해를 끼친다면 그 역시 의미가 없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유 대표는 제조업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CSR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새 글로벌 스탠더드로 CSR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많은 회사가 비즈니스 과정에서 CSR을 필수적인 사안으로 인식하고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납기, 품질, 가격 등이 주요 요소였다면 지금은 여기에 더해 지속가능성이 이보다 앞선 단계에 포함돼, 그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시기가 오고 있다.
“최근 대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에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전체 인원이 20명 남짓인 작은 중소기업인데, 글로벌 OEM에 부품 납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SR과 관련해 엄청나게 두꺼운 영문 체크리스트를 받게 된 거죠. 컨설팅을 통해 꼼꼼히 대응한 결과 94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통과했고, 납품에 대한 개런티까지 받게 됐어요. 이는 즉 중소기업도 CSR을 통해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돈을 버는 것에 무엇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 대표는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서 나아가 각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컨설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조화롭게 발전을 이뤄나가야 하는 것처럼, 개인 역시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는지 등 평가하는 사회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강의나 1대 1 컨설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평으로 집을 옮기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존경과 행복의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기업 담당자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CSR, 또는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등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마이크로스쿨 콘셉트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국내에서 지속가능경영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실질적인 경영 전략에 CSR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활동을 지켜보는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이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수치로 환산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CSR을 성과의 한 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우리 입장에서도 기업의 CSR을 바라볼 때 사회공헌활동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이 어떤 사회적 책임을 통해 돈을 벌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지지를 보내 주기를 부탁하고 싶어요. 여전히 우리 사회는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해 평판을 좋게 만드는 ‘워싱’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회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 더욱 지지하고 북돋아 줄 때 우리 사회의 전체 가치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출처: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01213010003009
유 대표가 경영하는 KoreaCSR은 지속가능한 회사인가? 유 대표는 2013년 12월, 그의 삶과 사업의 공간을 경기도 가평으로 옮겨 지속가능한 경영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4년에 국내 1호 지속가능한 경영(CSR) 컨설턴트 사업을 시작하고 딱 10년 만이다. 3번의 고비를 넘긴 후였다.
첫 번째 인생 역경은 영국 유학시절이었다. 충북 제천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유명훈 대표가 영국으로 유학 가겠다고 말했을 때 믿어준 사람은 없었다. 유학을 보낼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나들의 비상금 4백만 원을 들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렵게 오른 유학길이었지만 기숙사비와 3주짜리 어학코스 비용을 내고 나니 빈털터리가 됐다. 학교 도서관 청소 일과 영화 홍보물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학비를 댔다.
식빵 한 조각으로 일주일을 버틸 때도 있었다. 배고픔보다 더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었다. 스코틀랜드 영어는 알아듣기 조차 힘겨웠다. 도서관 사서에게 매일 한 시간씩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무작정 사정했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리즈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리즈비즈니스 스쿨 석사 ‘Public Relations Management 전공’ 과정을 마쳤다. 논문 주제는 ‘CSR을 통한 Community Development’였다.
졸업 후 영국 ‘BRAHM Consulting’ 회사에 취직, CSR 컨설턴트 업무를 익히던 중 한국에서 파트너 회사를 세워보라는 제안을 받고 유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혈혈단신 사무실을 열었지만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개념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위기였다. 사무실 근처 약수역 부근을 돌아다니며 명함 돌리는 것이 그가 생각해낸 첫 사업이었다. 200백 장의 명함을 뿌렸을까? 연락이 왔다. 그러나 여성들은 ‘지속가능한 경영’보다 남자 유명훈을 궁금해했다. 185cm, 훤칠한 외모에 영국 신사 같은 청년은 그 전화도 눈물 나게 반가웠다. 6개월을 하루 같이 명함을 돌렸다. 한 가지 더, 모든 언론사에 ‘지속가능한 경영’에 관한 칼럼을 6개월 동안 투고했다. 1년여를 그렇게 보냈을까? ‘하이닉스반도체’ 경쟁 입찰에서 지속가능 경영 컨설턴트 회사로 지정됐다. 처음 수주한 프로젝트였다.